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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걸음마 -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SF소설 네 편 (커버이미지)
인어의 걸음마 -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SF소설 네 편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종산, 이유리, 전삼혜, 이서영 (지은이) 
  • 출판사서해문집 
  • 출판일20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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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걸음마’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는 부분은 옳지만,
그 세계는 ‘수면’ 위에 존재하진 않아. 이곳에 있지.”

이종산 × 이유리 × 전삼혜 × 이서영
장애의 경계를 유영하는 SF소설 네 편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시리즈가 열다섯 번째로 《인어의 걸음마》를 내놓는다. 네 편의 SF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은 한 가지 의문에서부터 출발했다. 학교에서나 전통적인 청소년문학에서나 금기시됐던 내용들이 차츰 책 속으로 들어오는 가운데서도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이들은 왜 보이지 않거나 볼 수 없는 걸까? 혹여 볼 수 있다 해도 그들은 많은 경우 장애로 인한 고통을 짊어진 채 읽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존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장애를 넓은 의미에서 개인의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고통과, 그 고통을 둘러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문제로 정의할 때 “우리는 무엇을 ‘장애’라고 부르는가. 어떤 것이 ‘장애’가 되고 어떤 것이 ‘정상’이 되는가. 그 희미한 경계선은 어디에 위치하는가”(이서영, 작가의 말)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소설들은 (우리가 SF 하면 흔히 떠올리곤 하는) 우주로 향하지 않는다. 다만 가깝거나 먼 미래로 옮겨 가서도 2020년대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세계에 머문다. SF적인 세계관은 시공간적인 배경이 아닌, 질문을 통해 구현된다. 미래에 장애는 무엇이 될까? 우리가 아는 장애의 기준이 바뀐다면 그건 어떤 부분에서일까? 《인어의 걸음마》는 이 질문에 대한 네 작가의 대답이다.

[편집자의 책 소개]
이 글은 어쩌면 책 소개이기보다는 편집 후기에 가까울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기획할 때, 정확히는 ‘장애’를 주제로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을 때, 나는 동시에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두 학급뿐이었고, 한 학급에 속한 학생 수는 40명을 넘지 않았다. 가나다순이었던 출석부에서 ㅊ으로 시작하는 내가 늘 35번 언저리였으니까. 당시 학급당 평균 학생 수를 따져보면 놀랄 만큼 적은 수였다(수도권에 있는 꽤 큰 도시였는데도 그랬다). 학교가 그렇게 작다 보니 한 학년에 속한 모두가 서로를 알았다. 모두가 친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1반 이지현과 2반 이지현 중 누가 더 키가 큰지는 알았다. 특수학급에 속한 아이들이 누구인지도.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에 내가 ‘특수학급’이라는 단어를 알았는지는 분명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어떤 장애가 있었는지, 당시 ‘장애’라는 말이 멸칭이나 비속어로 쓰였는지도 분명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쓰였을 것이다. 그들에 대해서는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아침 출석을 부른 뒤였는지 아니면 1교시가 끝난 뒤였는지 일정한 시각이 되면 그들은 교실을 떠나 다른 교실로 향했기 때문에. 거기서 어떤 수업을 받는지 나는 알지 못했고, 여전히 알지 못한다. 내게 그들은 ‘그들’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나와는 다른 아이들, 하나의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이쪽이 아닌 저쪽에 서 있는 아이들. 같은 교실 안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다른 수업을 받는 아이들. 어딘가 이상해 보였던 아이들.
나는 아주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들이 장애를 갖고 있었음을.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이들, 그들이 왜 무릎을 꿇었는지, 특수학교를 세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특수학교가 없어 그들이, 장애를 가진 그들 아이가 어떤 일을 겪어야 했는지, 기본적인 인권을 요구하는 데에도 얼마나 많은 혐오를 받아야 했는지,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내가 얼마나 무심했는지, 내가 장애로부터 얼마나 먼 세계에 속해 있다고 느껴왔는지도.
이 책을 만들던 지난 몇 달 동안 그런 생각들 속에 있었다. 내게 쥐어졌던 책들 속에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했다면, 그가 어떤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지, 누구를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학교 도서관에 꽂힐 수많은 청소년 문학 책들 속에 그런 생각이 함께 꽂히기를.

저자소개

‘직업을 무엇으로 가지든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학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대학 재학 중 김보영 작가의 〈0과 1 사이〉를 읽고 본격적으로 SF에 빠지게 되었다.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어른이 되다 만’ 혹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쓴다. 현실과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집단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함과 인간의 보편적인 생각을 함께 담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
2010년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데뷔해 첫 장편소설 《날짜변경선》과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경장편 《전지적 마왕 시점》, 연작소설 《위치스 딜리버리》를 출간했으며, 그 외 여러 앤솔로지 작업에도 참여했다. 시각장애인 청소년과 비장애인 청소년의 만남을 다룬 〈고래고래 통신〉으로 2020년 SF 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목차

이종산 · 생일 축하해!

이유리 · 인어의 걸음마

전삼혜 · 고래고래 통신

이서영 · 데자뷔

한줄 서평